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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비리 비판하는 부패 투어

2014.6.5. 조선

지난 24일 오후 체코 수도 프라하의 한 고급 주택가. 고층 빌라 앞에 버스가 멈추자 승객 10여 명이 줄줄이 내렸다. 사냥용 재킷을 입은 안내원 스바보다씨가 설명을 시작했다. "앞에 커다란 빌라가 보이시죠? '볼드모트(소설 '해리 포터'에 나오는 어둠의 마왕)'라는 체코 최고 로비스트 야노우셰크가 소유한 건물입니다. 권력의 '하수인'은 도벽(盜癖)이 있는 '새' 같아요. 훔친 물건을 높은 '둥지'에 쌓아두지요."

이들이 참석한 투어 이름은 '프라하 하수인 사파리'. 체코 고위층의 부패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소를 버스로 이동하며 둘러보는 이색 관광 상품이다. 아프리카 자연공원을 자동차로 돌아다니며 동물을 보는 것을 일컫는 '사파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날 이들은 '돈 가방'을 갖다 바쳐야 입학 가능한 엘리트 학교, 유령 회사' 600여 곳이 등록돼 있는 주소지, 고위층이 위장 전입한 낡은 아파트, 대기업 총수 가문의 호화 가족묘를 방문했다. 마지막에는 '부패 경영 석사'라고 적힌 자격증을 받았다. 고위층이 돈과 인맥을 이용해 속성으로 학위를 받는 풍토를 풍자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989년 민주화 이후 부패가 판치고 법치가 무너지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프라하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관광 프로그램"이라고 평했다. 체코의 부패 지수는 지난해 세계 177개국 중 57위, 유럽연합(EU)에서는 최하위권이다.

'부패 투어'를 개발한 사람은 공연 기획자 페트르 소우렉(39)이다. 2년 전 여행사 '부패 관광(Corrupt Tour)'을 차렸다. 그는 "체코의 비리를 비판하고 시민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연극을 보는 것처럼 교훈을 얻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패 투어' 외에도 공사비 부풀리기로 시공이 중단된 빌딩을 둘러보는 '프라하 최고의 최악 장소', 병원의 비능률을 풍자한 '준법과 위법 사이의 병원' 등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이 있다. 단, 법적 분쟁을 막고자 '신뢰할 만한 신문 두 곳 이상에 부패 혐의로 보도된 기관이나 사람'만을 관광 대상에 포함한다. 해설은 체코어·영어·독일어로 진행된다.

'부패 관광'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2시간 도보 관광 비용이 1인당 30유로(약 4만1000원) 정도"라며 "2년 만에 3000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국 부패 스캔들에 질려버린 체코인들과, 특이한 경험을 원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05/20140605001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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